인천은 흐르는 강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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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 | 시인·본지 발행인
인천(仁川)은 이름부터 아름다운 도시이다. 어질 인(仁)에 내 천(川),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어진 마음이 흐르는 강이다. 용서와 배려가 흐르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강이다. 도시의 이름에 담긴 뜻을 이렇게 생각해 보면 인천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동체의 모습을 상징하는 이름이 된다.
인(仁)은 사람 인(人)과 두 이(二)가 결합한 글자이다. 이를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이해한다면, 인이란 혼자서는 완성될 수 없는 덕목이다. 나와 너,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 오래 살아온 사람과 새롭게 찾아온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마음이 곧 인이다.
세상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 생각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르며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 그러나 다르다는 것이 곧 대립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이 중요하다.
공자가 강조한 인의 정신 역시 인간이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존재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어짊은 성립하기 어렵다.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제도와 풍요로운 환경을 갖추어도 건강한 공동체라고 말하기 어렵다.
도시도 마찬가지이다. 도시는 건물과 도로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가 도시의 성격을 결정한다. 서로를 신뢰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는 따뜻하지만, 의심과 불신이 쌓이는 도시는 아무리 화려해도 삭막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인천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과연 이름에 걸맞은 어진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서로 다른 계층과 세대,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시민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열린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가.
어느 사회에나 말은 많다. 의견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는 사회가 건강할 수도 있다. 진정한 문제는 말할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거나, 중요한 결정이 시민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질 때 발생한다.
공적인 일이 밀실로 들어가면 의혹이 생긴다. 결정의 과정이 공개되지 않으면 결과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시민들은 쉽게 신뢰하지 못한다. 소수의 사람들이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고 다수에게 그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어렵다.
물론 모든 사람이 모든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다. 대표를 선출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사실이 곧 모든 판단을 독점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공적인 권한에는 그에 상응하는 설명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
특히 지역사회에서는 오랫동안 형성된 인간관계와 이해관계가 공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기회가 집중되고 새로운 사람의 참여가 어려워진다면 공동체는 점차 활력을 잃게 된다. 공정한 절차와 투명한 운영이 필요한 이유이다.
시민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때로는 알고도 말하지 않고,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갈등을 피하기 위해 침묵한다. 그러나 침묵이 곧 동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설명되지 않은 결정과 해소되지 않은 불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공동체의 부담으로 남는다.
강물은 흘러야 한다. 흐르는 물은 새로운 물을 받아들이고 오래된 물을 떠나보낸다. 어느 한곳에 머무르거나 스스로 흐름을 독점하지 않는다. 강물이 아름다운 까닭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자신의 길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 역시 그러해야 한다. 사람도 바뀌고 역할도 바뀌며 새로운 생각이 들어와야 한다. 한 번 맡은 자리를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여기거나, 이미 얻은 권한을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면 공동체의 흐름은 막히게 된다. 흐르지 못하는 물이 결국 생명력을 잃듯 변화하지 못하는 사회도 활력을 잃는다.
그렇다고 변화가 과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강물이 흘러도 강의 이름과 물길은 이어진다. 공동체 역시 오랫동안 지켜온 가치와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분별하는 지혜이다.
인천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온 도시이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문화가 만나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온 공간이다. 그러한 다양성은 인천이 지닌 중요한 자산이며, 앞으로도 소중하게 가꾸어야 할 공동체의 힘이다.
나는 인천이 한편으로 인천(人天)이었으면 한다. 사람의 도시이며 하늘의 도시였으면 한다. 사람이 중심에 있고 누구나 하늘을 바라보듯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였으면 한다.
그것은 거창한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공적인 일을 투명하게 처리하며, 약한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고, 새로운 사람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는 일에서 시작된다.
인천의 미래는 몇몇 사람의 능력이나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서로 신뢰하고 함께 참여할 때 비로소 도시의 가능성은 넓어진다. 행정은 시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을 연결하고 공동체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仁川, 어진 마음이 흐르는 강.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빛깔을 간직하면서도 하나의 강을 이루어 흐른다면 그 물소리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풍요롭고 조화로울 것이다.
인천이 어머니처럼 따뜻하고 고향처럼 편안한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누구도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 도시, 서로를 배려하면서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양심의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강물은 자신을 위해 흐르지 않는다. 강가의 생명을 살리고 마침내 더 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인천 역시 소수의 이익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시민의 삶을 품으며 미래를 향해 흘러야 한다. 그것이 인천이라는 이름에 담긴 어짊의 정신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도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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